일본 신규상장사 분석: 기술승계기구

일본의 M&A 종합연구소라는 스타트업의 상장은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졌는데요, 최근 일본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서 또 다른 주목할 만한 혁신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올해 2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기술승계기구'입니다.
1. 기업 개요
- 회사명: 기술승계기구 (Next Generation Technology Group, NGTG)
- 설립일: 2018년 7월
- 사업 내용: 중소 제조업체를 인수하여 기술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연속 인수 기업(Serial Acquirer)'
- 비전: "제조업의 기술을 다음 세대로 연결한다"
- 최근 재무정보:
- 2024년 12월 기준 매출: 110.5억 엔(전년 대비 18.5% 증가)
- 영업이익: 15.2억 엔(전년 대비 72.6% 증가)
- 영업이익률: 13.7%
- 2025년 예상 매출: 116억 엔(전년 대비 5.0% 증가)
- 인수 기업 수: 총 10개 기업
2. 경영진 소개
- 신이치 히데카즈(창업자/대표이사):
- 학력: 도쿄대학교 경제학부 졸업
- 경력: 미즈호 증권(메자닌 투자), 산업 혁신 기구(INCJ) 초기 멤버
- 투자 경험: INCJ에서 6개 회사 투자, 4개 회사 매각 경험
- 창업 계기: 세계 일주 경험을 통해 일본 제조업의 가치와 후계자 부족 문제를 인식하고, 미국 다나허(Danaher)의 비즈니스 모델에 영감을 받아 창업
- 지분: 약 80% 보유
- 주요 경영진:
- 호리에 아이코: 미즈호 증권, 미즈호 은행 출신으로 금융 전략 및 M&A 경험 보유
- 후지이 요스케: 공인회계사, PwC 출신으로 국제 경험 풍부
- 도쿠타 유이치로: 박사(공학) 학위 보유, 제조 기술 전문가
- 나가이 유: 중소기업 진단사, DX 전문가
- 기타 회계사, 금융 전문가, 엔지니어 등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로 구성
3. 사업 개요
기술승계기구의 비즈니스 모델은 '밸류 업(Value-up)'과 '롤 업(Roll-up)'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회사는 중소 제조업체를 인수한 후, 경영 개선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밸류 업), 이를 통해 창출된 현금흐름으로 추가 인수를 지속하는(롤 업)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인수 기업의 가치 향상을 위해 기술승계기구는 NGP(NGTG Growth Program)라는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140개 이상의 항목으로 구성된 매뉴얼로, 3단계로 나누어 체계적인 개선을 진행합니다. 첫 6개월은 현황 파악과 기본적인 IT 시스템 도입에 초점을 맞추고, 이후 2년간은 관리 체계 개선과 수익력 강화, 3년 차부터는 해외 진출과 추가 M&A 지원을 실시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수 기업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도 경영 개선을 이루어낸다는 것입니다.
자금 조달 측면에서는 건별로 특별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논리코스론을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모회사의 리스크를 제한하면서도 효율적인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술승계기구는 순차입금/조정 EBITDA 비율을 3~4배 수준으로 유지하며 재무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논리코스 론(non-recourse loan)은 차입자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대출기관이 담보 자산만을 회수할 수 있고, 차입자의 다른 자산이나 소득에 대해 추가적인 청구를 할 수 없는 대출 방식을 의미합니다. 즉, 담보 자산의 가치가 대출금보다 낮아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대출기관은 차입자 개인에게 그 손실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현재까지 인수한 10개 기업은 도요지마 제작소(냉간 단조 및 프레스 가공), 동양 마크(수지 제품 가공), FA 신카 기술(솔더링 기술) 등 다양한 제조 분야에 걸쳐 있습니다. 가장 규모가 큰 도요지마 제작소는 44억 엔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룹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수 대상은 주로 고수익 흑자 기업 중에서 선별하며,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통해 연간 400-500건의 인수 후보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영업이익률 13.7%라는 높은 수익성과 2025년 예상 오가닉 성장률 5.0%는 기술승계기구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4. 시장 분석
기술승계기구가 타겟으로 하는 시장은 일본 중소기업 중 흑자 중소 제조업체로, 그 규모는 약 12만 개에 달합니다. 일본 전체 중소기업 336만 개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 시장은 기술승계기구에게 풍부한 인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본 사회는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중소 제조업계에 심각한 후계자 부족 현상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흑자 파산' 현상입니다. 이는 수익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계자가 없어 폐업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하며, 일본 제조업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시장 환경 속에서 기술승계기구의 비즈니스 모델은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본의 전통적인 중소기업 오너들은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PE 펀드에 대한 기피감이 강한 편입니다. 따라서 기업 문화와 기술을 존중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을 육성하는 기술승계기구의 접근법은 많은 오너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지속적인 저금리 정책과 지방 은행들의 우량 대출처 부족 현상은 M&A 자금 조달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조업 기술 승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와 함께, 정부와 금융기관의 정책적 지원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향후 전망을 살펴보면, 일본의 인구 감소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후계자 문제는 더욱 심화될 전망입니다. 국내 시장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 시장 확대의 필요성이 점차 커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 제조업 M&A 시장은 구조적 요인에 의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기술승계기구에게 장기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5. 경쟁 분석
기술승계기구는 제조업에 특화된 연속 인수 기업으로서 독특한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경쟁 구도를 살펴보면 크게 일반 PE 펀드, 국내 연속 인수 기업, 해외 유사 기업 등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일반 PE 펀드와 비교했을 때, 기술승계기구의 가장 큰 차별점은 인수 후 재판매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PE 펀드는 보통 3-5년 내 매각을 목표로 하는 반면, 기술승계기구는 장기 보유를 지향합니다. 이러한 철학적 차이는 일본의 전통적인 중소기업 오너들에게 큰 호소력을 갖습니다. 또한 기술승계기구는 제조업에 특화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폭넓은 산업에 투자하는 PE 펀드보다 깊이 있는 가치 제안이 가능합니다.
일본의 연속 인수 기업으로는 GENDA, 요시무라푸드홀딩스, 일본엘리베이터서비스 등이 있습니다. GENDA는 게임센터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요시무라푸드홀딩스는 외식 산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비교했을 때 기술승계기구는 제조업이라는 명확한 산업 구분을 통해 차별화되어 있으며, 특히 제조업에 특화된 유일한 연속 인수 기업으로서의 독보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해외 유사 기업으로는 미국의 다나허(Danaher)와 영국의 할마(Halma)가 대표적입니다. 다나허는 시가총액 약 27조 원, 매출 3.7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대기업으로, DBS(Danaher Business System)를 통한 체계적 경영 개선으로 유명합니다. 할마는 안전 솔루션, 환경 분석, 의료 기기 분야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비교적 지방 자치적 측면이 강한 경영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외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기술승계기구는 일본 시장에 특화된 접근법과 NGP를 통한 체계적 경영 개선, 그리고 일본 문화에 맞는 운영 방식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술승계기구가 추구하는 중간적 접근법입니다.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그룹 차원의 관리와 시너지를 추구하는 이러한 방식은 일본 제조업체들의 문화와 잘 맞아떨어지며, 이는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한 다양한 제조 분야에 걸친 포트폴리오는 특정 산업의 경기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효과도 가져옵니다.
6. 상장 분석
- 상장일: 2025년 2월 5일
- 시장: 도쿄 증권거래소 그로스 시장
- 공개가: 2,000엔
- 시초가: 2,700엔(공개가 대비 35% 상승)
- 최근 주가: 5,150엔 (2025년 3월 12일 기준)
- 시가총액:
- 456억엔 (2025년 3월 12일 기준)
- 주요 밸류에이션 지표:
- PER: 50.7
- PSR: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