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IPO 시장은 활성화되고 있는가? 2024년 IPO 동향 분석

일본의 IPO 시장은 활성화되고 있는가? 2024년 IPO 동향 분석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일본 IPO 시장

2024년 일본의 주식시장은 세계적인 금융 환경의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AI와 DX의 발전 등 기술 혁신을 배경으로 큰 진화를 보였습니다. 특히 일본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세계적인 자금 흐름 변화로 일본 증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Nikkei 평균주가는 2월에 1989년 버블기의 최고치를 34년 만에 경신한 후, 7월에는 사상 최고가인 4만 2,224엔을 기록했고, 2024년 말 종가 역시 3만 9,894엔으로 과거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메인 시장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도쿄증권거래소 그로스 시장은 이에 동참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24년 그로스 시장 250지수는 전년 대비 8.8% 하락했으며,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순매도로 인해 주가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양면적인 시장 환경 속에서 IPO(기업공개)는 어떤 움직임을 보였을까요? 일본의 테이코쿠데이터뱅크가 발표한 "2024년의 IPO 동향" 보고서와 EY, KPMG의 분석 자료를 중심으로 2024년 일본 IPO 시장의 특징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024년 IPO 시장의 양적 변화와 질적 특성

(1) IPO 기업 수와 시장 동향

2024년 일본의 IPO 시장은 흥미로운 양상을 보였습니다. TOKYO PRO Market(이하 TPM)을 포함한 전체 IPO 기업 수는 136사로, 2023년의 128사에서 8사 증가했습니다. 이는 리먼 쇼크 이후 최다 기록이었던 2021년(138사)에 근접하는 수치입니다.

그러나 TPM을 제외한 일반 투자자 대상 시장의 IPO 기업 수는 86사로, 전년의 96사에서 10사 감소했습니다. 이는 3년 연속 100사를 하회하는 수치로, 일반 시장의 IPO는 활기를 띠지 못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감소는 도쿄증권거래소의 스탠다드 시장에서 두드러졌으며, 그로스 시장은 64사로 전년의 66사에서 소폭 감소했을 뿐입니다.

시초가가 공모가를 상회한 기업 비율은 73.3%로, 전년의 69.8%보다 소폭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공모가 대비 시초가의 상승률은 전년의 약 60%에서 2024년에는 약 30%로 감소했습니다. 이는 2023년에 개정된 '유가증권 인수 등에 관한 규칙'과 '기업내용 등의 공시에 관한 내각부령'의 영향으로, 공개 가격 결정 프로세스가 개선된 효과도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2) 시장별 및 업종별 분포

시장별로는 도쿄증권거래소의 그로스 시장이 전체 IPO의 74.4%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전년의 68.8%보다 5.6% 포인트 상승한 수치입니다. 반면, 스탠다드 시장은 전년보다 8.9% 포인트 하락한 15.1%를 기록했습니다. 프라임 시장의 IPO는 4사로, 전년보다 2사 증가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TPM의 성장세입니다. TPM에 상장한 기업은 50사로, 전년의 32사에서 56% 증가했으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습니다.

참고: TOKYO PRO Market (TPM)

대상 기업: 일반 시장보다 상장 기준이 완화되어 있어, 성장 초기 단계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비교적 쉽게 상장
투자자 제한: 일반 개인투자자는 직접 거래할 수 없고, 적격기관투자자나 특정투자가(전문 투자자)만 투자할 수 있는 제한된 시장
J-Adviser 시스템: 영국의 AIM 시장을 모델로 한 '지정 자문인(J-Adviser)' 시스템을 도입. 각 상장 기업은 증권회사나 감사법인 등이 맡는 J-Adviser의 지속적인 지원과 감독을 받음
스텝업 상장: TPM에서 일정 기간 기업 운영 경험을 쌓은 후, 그로스 시장이나 스탠다드 시장 등 메인 시장으로 이전(스텝업)하는 사례가 증가

업종별로는 정보통신업이 27사, 서비스업이 27사로, 이 두 업종이 전체의 63%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정보통신업은 전년의 39사에서 12사 감소한 반면, 서비스업은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특히 AI와 DX 관련 서비스,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력 관련 서비스, 그리고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두드러졌습니다.

또한 우주 관련 벤처기업의 상장도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2024년에는 아스트로스케일 홀딩스와 Synspective가 그로스 시장에 신규 상장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IPO 트렌드

(1) 대형 IPO의 등장과 영향력

2024년 IPO 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대형 상장의 증가입니다. 발행총액 1,000억 엔을 초과하는 대형 IPO가 3사(도쿄 지하철, 리가쿠 홀딩스, 키옥시아 홀딩스)나 등장했으며, 이는 전년도의 1사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도쿄 지하철은 초기 거래 시가총액이 약 9,500억 엔에 달하는 대형 IPO로, 2018년 소프트뱅크 이후 최대 규모였습니다. 이는 2024년 세계 IPO 시장에서 4위에 해당하는 자금 조달 규모였습니다. 공공 인프라로서의 브랜드 파워와 안정적 수익 구조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메모리 사업의 세계적인 대기업인 키옥시아 홀딩스의 상장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회사는 초기 거래 시가총액이 약 7,762억 엔으로, 도쿄 지하철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키옥시아 홀딩스가 상장 직전 2개 연도에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상장했다는 것으로, 이는 시장이 단기적인 실적보다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도쿄증권거래소 일반 시장에서 2024년 신규 상장 기업의 자금 조달 총액은 Overallotment*를 포함해 약 9,700억 엔으로, 전년의 약 6,300억 엔에서 1.5배 증가했습니다. 이는 지난 5년간 최대 규모입니다.

참고: Overallotment

주식의 신규 상장 과정에서 예정된 공모 주식수보다 초과하여 주식을 배정하는 것 (보통 최대 15%)
주로 공모주에 대한 수요가 많을 때 시장 안정화를 위해 활용

(2) AI와 DX 혁신 기업의 활약

2024년 IPO 시장에서는 AI와 DX를 핵심 기술로 활용하는 기업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졌습니다. VRAIN Solution과 같이 제조업을 위한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나, 정보전략테크놀로지처럼 대기업을 위한 DX 내재화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그로스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업무 효율화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가능성으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기술 경쟁의 심화로 인해 짧은 기간에 기술적 우위가 추월당할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3) 스타트업 IPO의 감소와 다양한 성장 전략

2024년 IPO 기업 중 스타트업 기업의 비율은 40.7%로, 전년의 62.5%에 비해 크게 감소했습니다. 이는 그로스 시장의 지속적인 부진과 IPO 연기 결정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 IPO 성공 사례도 있었습니다. 타이미는 스팟 워크 중개 서비스로 높은 인지도를 가진 기업으로, 20대의 젊은 창업자 오가와 레이 대표가 이끌며 차입금을 포함한 누적 자금 조달액이 약 403억 엔에 달했습니다. 또한 Terra Drone은 '드론 서비스 기업 세계 랭킹'에서 1위를 차지했고, Synspective나 아스트로스케일 홀딩스와 같은 우주 관련 스타트업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트렌드로는 "스윙바이 IPO"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스타트업이 먼저 대기업의 산하에 들어간 후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고 나중에 상장을 목표로 하는 전략으로, IoT 플랫폼을 제공하는 소라콤과 요리 앱 '쿠라시루'를 운영하는 dely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외에도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의 '스타트업 약진 비전'과 기업 벤처캐피탈(CVC)의 증가로 미상장 단계에서 벤처캐피탈 대신 사업회사로부터 출자를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IPO 대신 M&A를 통한 성장을 선택하는 스타트업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성장 잠재력과 투자 리스크의 균형

(1) 높은 성장 가능성과 적자 상장의 증가

테이코쿠데이터뱅크가 보유한 신용조사보고서(CCR) 정보를 바탕으로 한 성장성 예측 모델 "SP"에 따르면, IPO 기업의 56.4%가 "3년 후에 매출이 1.5배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SP레벨 10"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체 기업의 7.1%만이 이 레벨에 속하는 것과 비교할 때 약 8배에 달하는 비율로, IPO 기업들의 성장 잠재력이 상당히 높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높은 성장 가능성은 종종 현재의 수익성 희생을 동반합니다. 2024년 IPO 기업 중 상장 직전 회계연도에 당기순손실을 계상한 기업의 비율은 24.4%(21사)로, 전년의 21.9%에서 2.5% 포인트 증가했습니다. 또한 상장 신청 기간의 업적 예상에서 당기순손실을 예상한 기업의 비율도 12.8%(11사)로, 과거 5년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적자 상장 기업의 증가는 특히 그로스 시장에서 두드러졌습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그로스 시장은 상장 심사 기준에서 이익 금액이나 순자산 금액에 관한 요건을 설정하지 않고 있어, 현재는 적자이지만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프라임 시장에서도 키옥시아 홀딩스와 같이 상장 직전 두 회계연도에 손실을 계상했음에도 상장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시장이 단기적인 수익성보다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과 회복력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 투자자 선별 경향의 강화

이처럼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선별 경향은 점점 강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IT 스타트업의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 기준이 세련되어지면서, AI나 딥테크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는 반면, BtoC, 핀테크, 기업용 소프트웨어 등의 영역에서는 성공과 실패 사례가 축적되어 투자자들의 안목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시초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IPO 기업이 19사로, 전체의 약 20%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전년의 약 30%보다는 감소했지만, 하반기에 15사가 집중되었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이는 하반기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인 것과 그로스 시장의 부진이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한편, 도쿄 지하철과 같은 대형 상장 기업의 안정성에 매력을 느끼는 투자자들도 있어, 투자 자금이 양극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공공 및 인프라 관련 기업은 경기 변동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의 안정 자산으로 선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치며

2024년 일본의 IPO 시장은 일반 투자자 대상 시장의 기업 수는 감소했지만, TPM을 포함한 전체 IPO 기업 수는 증가했고, 대형 상장의 존재감과 기술 혁신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한 해였습니다. 주목할 만한 변화로는 스타트업 기업의 IPO 비율 감소, 적자 상장 기업의 증가, 그리고 '스윙바이 IPO'와 같은 새로운 전략의 등장을 꼽을 수 있습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과 기술 혁신의 가속화 속에서, 일본의 IPO 시장은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과 도쿄증권거래소의 그로스 시장 개선 노력은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참고 자료:

  • 테이코쿠데이터뱅크, "2024년의 IPO 동향"
  • EY "2024년의 주식 IPO 시장의 회고"
  • KPMG "2024년 IPO 시장 동향과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