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들이 간과하는 사업철수에 대한 기준

많은 기업들이 간과하는 사업철수에 대한 기준

오늘은 최근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철수 기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 철수할지 결정하는 것 역시 성공적인 경영을 위한 핵심 요소입니다.

1. 신규 사업에서 '철수 기준'은 왜 필요한가?

효과적 의사결정을 위한 도구

unlock의 츠시마 대표가 진행한 '철수 기준 대전'이라는 세미나에서 흥미로운 사례가 소개되었습니다. 산토리의 맥주 사업 '더 프리미엄 몰츠'가 흑자 전환까지 무려 45년이 걸렸다는 사례입니다. 반면 스즈키 자동차는 스페인 사업을 13년간 지속하다 결국 150억 엔의 손실을 보고 철수했습니다.

"실패는 철수 시기를 판단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며 "철수는 도전의 10배 용기가 필요하다"

소프트뱅크의 손 회장님의 말처럼 철수는 경영에서 가장 어려운 의사결정 중 하나입니다.

철수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3가지 요인

철수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매몰 비용(Sunk Cost): 이미 투자한 노력, 시간, 자금이 낭비될 것이라는 심리
  2. 감정적 요인: 사람은 객관적 확률보다 심리적으로 다르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음
  3. 사회적 평가와 타인의 시선: 자존심과 수치심 등의 사회적 요인

이러한 요인들이 객관적 판단을 방해하기 때문에, 냉정한 시점에서 미리 설정한 '철수 기준'이 필요합니다. 철수 기준은 자동적인 철수 트리거가 아니라, "현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하기 위한 척도"로 활용해야 합니다.

2. 기업별 다양한 철수 기준 사례

(1) 사이버에이전트 - 명확한 KPI 기반 접근

사이버에이전트는 신규 사업을 위해 100개 이상의 자회사를 설립해온 기업입니다. 그들의 철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서비스 출시 후 4개월 시점에서 커뮤니티 서비스는 월간 300만 PV 미달 시
  • 게임은 월 1,000만 엔 매출 미달 시
  • 신규 회사는 3분기 연속 매출총이익 감소 시

(2) 유토리 - 단순하고 명확한 매출 기준

Zozo에 인수된 것으로 유명한 유토리는 "1년 이내에 월 700만 엔의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철수"라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젊은 세대의 직원들이 많은 조직 특성을 고려하여, 사장의 주관적 판단이 아닌 객관적 기준으로 결정하기 위함입니다.

(3) 리크루트 - 유연한 판단과 상황 고려

리크루트는 "수치 데이터가 부진하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철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업 개발팀이 앞으로 몇 년에 걸쳐 문제의 돌파구를 제안할 수 있는지"를 보고 상황에 따라 판단합니다.

(4) 라쿠스루 - 단계별 철수 기준

라쿠스루는 사업 전개를 4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별로 철수 기준을 설정합니다:

  1. 발견 단계: 제품/서비스에 가치가 있는지 검증
    • KPI: 만족한 고객 50사 정도, 시범 사용자 중 50% 이상 만족
    • 기간: 1~1.5년
  2. 검증 단계: 돈을 지불해도 사용할 가치가 있는지 검증
    • KPI: 우량 고객 50사 확보
    • 포인트: 초기에는 매출 추구보다 고객 가치 검증
  3. 효율화 단계: 수익을 동반한 사업으로 성립하는지 검증
    • KPI: 영업/마케팅 채널 발견, 영업 성공율/전환율, 적정 이익률
    • 기간: 6개월~1년
  4. 확장 단계: 스케일 검증

라쿠스루의 방식은 각 단계에서 검증할 포인트를 분해하고,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5) 소프트뱅크 - 경영 위험 기반 접근

소프트뱅크는 "실패하여 철수/청산할 때 그룹 전체 사업 가치의 30%를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하는지 여부"로 판단한다고 합니다. 이는 투자 회사적 성격이 강한 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기준입니다.

(6) 메르카리 - 자사 성공 경험 기반 접근

메르카리는 "출시 후 약 3개월의 손익계산서"를 메르카리 초기 데이터와 비교해 결정합니다. "5년 전 메르카리가 탄생한 상황을 재현하고 싶다"는 이유로,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합니다.

3. 유형별 철수 기준

철수하는 유형을 보면 크게 (1) 계획 대비형과, (2) 상황 판단형,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 계획 대비형 (Plan-Based) 철수 기준

계획 대비형은 사업 시작 전에 명확한 목표와 기준을 미리 설정하고, 이를 달성했는지 여부로 철수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KPI형

  • 특징: 구체적이고 수치화된 성과 지표를 사용합니다.
  • 장점: 의사결정이 명확하고 객관적이며, 감정적 요소를 배제할 수 있습니다.
  • 단점: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잠재적 성공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PL/투자회수율형

  • 특징: 손익계산서 기반 지표나 투자 대비 수익률을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 장점: 재무적 지속가능성을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 단점: 간접비용이나 초기 투자 비용 처리가 복잡할 수 있고, 장기적 가치를 간과할 수 있습니다.

(2) 상황 판단형 (Situation-Based) 철수 기준

상황 판단형은 미리 정한 숫자보다 의사결정 시점의 시장 상황, 경쟁 환경, 회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 방식입니다.

시장(고객) 기반

  • 특징: 소비자 반응과 시장 트렌드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 장점: 환경 변화와 소비자 니즈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 단점: 기준이 주관적일 수 있고, 일관성 있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적합 산업: 소비재, 화장품, 식품, BtoC 앱 서비스 등 소비자 니즈 변화가 빠른 산업
  • 접근법: 고객 만족도, 재구매율, 트렌드 부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

경쟁 환경 기반

  • 특징: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위치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 장점: 시장 내 경쟁 우위를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 단점: 경쟁자의 전략 변화에 과민반응할 수 있습니다.
  • 사례:
    • dely('쿠라시루'):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로 판단
    • 이미 쿡패드가 1위인 레시피 시장에서 동영상 중심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으나, 1위 달성 가능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음

자사 상황 기반

  • 특징: 회사 전체 포트폴리오, 리소스 배분, 전략적 중요도를 고려합니다.
  • 장점: 기업 전체 관점에서 최적의 리소스 배분을 가능하게 합니다.
  • 단점: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부서 간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사례:
    • 소프트뱅크: 그룹 전체 사업 가치의 30% 초과 손실 발생 여부로 판단
    • 리크루트: 숫자보다 사업 개발팀이 문제 해결 방안을 제안할 수 있는지 여부로 판단

4. 기업 규모별 최적의 철수 기준 적용 방법

대기업~중견기업의 적용 방법

대기업이 추천하는 원칙을 적용할 때는:

  • KPI 설정: 참여 전 사용자 수, 유지율, 만족도 등의 KPI를 명확히 설정하되, 매출보다는 제품/서비스 가치에 초점
  • 라쿠스루 방식 활용법: 단계별(발견→검증→효율화→확장) 접근을 통해 각 단계에서 검증할 핵심 포인트 집중
  • 예외 상황 판단 기준: "초기 속도가 좋다"는 것의 구체적 기준(예: 첫 3개월 사용자 증가율 X% 이상)과 "유효한 개선 포인트"를 판단하는 프로세스를 미리 정의

소규모 기업/스타트업의 적용 방법

스타트업이 추천하는 원칙을 적용할 때는:

  • 질적 지표 중심: 매출보다 고객 피드백, NPS(Net Promoter Score), 문제 해결 증명(Problem Solution Fit) 등에 초점
  • 시간 기반 결정: 스타트업의 자금 소진율(burn rate)을 고려한 명확한 시간 제한 설정
  • 스피드 극대화: 빠른 실험→학습→개선 사이클을 통해 6개월 내 핵심 가설 검증에 실패할 경우 피봇 또는 철수

5. 성공적인 철수 기준 설정

철수 기준은 단순히 사업을 중단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더 큰 성공 기회를 발견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입니다. 특히 스타트업에게는 시간과 자금, 인재라는 자원이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각자의 특성에 맞는 철수 기준을 사전에 수립하고, 이를 통해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일본 unlock사의 '철수 기준 대전(撤退基準大全)' 세미나 자료